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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살아가는 법

영하 45도에도 굴하지 않는 생명력, 나무의 겨울나기 지혜

by ideas-2538 2026. 1. 3.

안녕하세요, 나무의사 화산입니다.

2026년 새해의 시작이 예년보다 훨씬 매서운 추위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살을 에듯 차가운 바람에 사람들은 두꺼운 패딩을 꺼내 입고 핫팩으로 무장하지만, 산과 들의 나무들은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온몸으로 추위를 견뎌내고 있습니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기지 않으신가요? “저 가느다란 가지들은 왜 꽁꽁 얼어 터지지 않을까? 나무는 춥지 않을까?” 오늘은 나무가 겨울을 나는 고도의 과학적 매커니즘과 우리가 나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나무가 얼지 않는 비밀 : 체내 '부동액'을 만드는 삼투압의 원리

온대 지역 나무가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얼어 죽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지만 정교합니다. 핵심은 '농도 조절'에 있습니다.

나무는 봄부터 여름까지 왕성한 광합성을 통해 탄수화물(당분)을 저장합니다. 또한 뿌리를 통해 흡수한 무기양분을 체내에 축적하죠. 겨울이 다가오면 나무는 세포 속의 수분을 줄이고, 대신 저장해둔 영양분의 농도를 극도로 높입니다.

이것이 바로 삼투압 농도를 높이는 과정입니다. 순수한 물은 0°C에서 얼지만, 설탕물이나 소금물은 훨씬 낮은 온도에서 업니다. 나무는 스스로 체내 농도를 높여 결빙 온도(빙점)를 낮추는 일종의 **'천연 부동액'**을 만드는 셈입니다.

 

💡 나무는 최대 몇 도까지 견딜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온대 북방 수종들은 영하 40도에서 70도까지도 견딜 수 있습니다. 특히 북극권에 자라는 자작나무나 가문비나무 종류는 영하 70°C에서도 세포 파괴 없이 생존할 수 있는 고도의 내한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2. 월동에 실패하는 나무, 무엇이 문제일까?

 

모든 나무가 겨울을 잘 버티는 것은 아닙니다. 월동에 실패하는 나무는 대개 '준비 부족'이 원인입니다.

생육 기간 동안 수세(나무의 기운)가 악화되어 충분한 영양분을 축적하지 못한 나무는 빙점을 낮추는 데 실패합니다.

세포 속 수분이 결정화되어 얼어버리면 세포막이 파괴되고, 결국 나무는 고사하게 됩니다.

 

※ 우리 나무의 영양분 부족 현상을 확인하는 방법:

  •  1. 조기 낙엽 : 가을이 오기 전 너무 일찍 잎이 떨어지거나 색이 변한다면 영양 축적이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 가지의 성숙도 : 새로 나온 가지(당년지)가 겨울 직전까지 충분히 딱딱해지지 않고 연약한 상태라면 동해에 취약합니다.
  • 눈(芽)의 크기: 겨울눈이 유난히 작거나 힘이 없다면 내년을 기약할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월동이 어려운 장미는 보온이 필요합니다.

3. 남부 수종의 중부지방 상경, '겨울 대책'이 필수인 이유

동백나무, 배롱나무, 석류나무 등 남부 지방의 따뜻한 기운을 먹고 자라는 수종들은 중부 이북 지역에서 겨울을 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왜 남부 수종은 추위에 약할까? 유전적으로 추위에 견디는 '내한성' 수치가 낮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남부 수종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중부 지방의 한파 속에서 체내 농도를 미처 조절하기도 전에 세포가 얼어버리는 **동해(凍害)**를 입기 쉽습니다.

 

[나무의사 화산이 추천하는 월동 대책]

  • 유목(어린나무)의 적응 : 어린나무일수록 추위에 약하므로 초기 3~5년은 집중 관리가 필요합니다. 점진적으로 낮은 온도에 노출하며 적응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 물리적 보온재 사용 : 짚이나 가마니, 혹은 최근 많이 사용하는 흰색 부직포나 은박 단열재로 줄기를 감싸주는 '수간 피복'이 효과적입니다.
  • 뿌리 멀칭 : 뿌리 주변에 우드칩이나 볏짚을 두껍게 덮어 지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어야 합니다.

옷입은 배롱나무, 일월수목원


4. 결론 : 이름을 불러줄 때 의미가 되는 생명체

나무는 동물처럼 추위를 피해 이동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서서 스스로의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고도의 생존 전문가입니다. 우리가 나무를 접할 때, 그저 풍경의 일부로 '거기 있으니 보는 것'이 아니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치열하게 삼투압을 조절하고 있는 '하나의 뜨거운 생명체'로 인식하고 다가갈 때 비로소 나무와 우리 사이에는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구처럼, 올 한 해는 내 주변의 나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이름을 한 번 더 불러주는 따뜻한 임오년이 되시길 바랍니다. 나무가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합니다. 2026년 새해, 나무처럼 강인하게 뿌리 내리고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푸르게 싹트길 기원합니다.

 

나무의사 화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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