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수목의 생태
은행나무 유주(乳柱)와 낙우송 기근(氣根) ― 나무의사가 바라본 과학적 생존 전략
수백 년의 시간을 살아온 고목(古木)에는 일반적인 수목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조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은행나무의 유주(乳柱)**와 **낙우송의 기근(氣根)**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겉보기에는 기이하거나 병든 것처럼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로는 수목이 오랜 세월 환경에 적응하며 형성한 정상적인 생리 현상으로, 수목 진단을 수행하는 나무의사에게 매우 중요한 관찰 대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조직의 생태적 의미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통해 수목의 이상 여부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일반 독자 눈높이에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은행나무 유주(乳柱) ― 병이 아닌 고목의 생리적 흔적
천연기념물이나 보호수로 지정된 200~400년 이상 된 은행나무를 살펴보면, 줄기나 굵은 가지에서 아래로 늘어지는 돌출 구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유주(乳柱)**라 하며, 일본에서는 ‘치치(乳根)’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유주의 과학적 특징
- 질병이나 해충 피해가 아님
- 줄기 조직과 동일한 형성층 기원의 생리적 비대 조직
- 특정 부위에서 편심 비대 생장이 반복되며 형성
- 유주에서 새로운 가지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음
즉, 유주는 부패·균 감염·혹병과 같은 병리적 증상이 아니라,
👉 고령 수목에서 나타나는 정상적인 생리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 나무의사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
나무의사는 유주를 보고 “이상 조직”으로 제거하거나 치료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 수목의 수령 추정
- 생장 이력과 환경 스트레스 분석
- 문화재·보호수의 현상 유지 관리 판단
에 활용되는 중요한 진단 단서가 됩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성균관 대성전 은행나무,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등에서 유주가 잘 관찰됩니다.

2. 낙우송 기근(氣根) ― 살아남기 위한 과학적 호흡 전략
낙우송은 습지나 수변 환경에서 잘 자라는 수종으로, 토양이 항상 젖어 있거나 산소 공급이 부족한 조건에서도 생존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구조가 바로 **기근(氣根)**입니다.
🌳기근의 생리적 역할
- 지표면 위로 솟아오른 뿌리의 일부
- 토양 내 산소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기체 교환 기능
- 흔히 ‘공기뿌리’라고 불림
- 병징이나 부패와 무관한 정상 생리 조직
충북 청남대 낙우송 군락지에서는 기근이 군락을 이루는 장관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해하기 쉬운 점
기근은 종종
- “뿌리가 썩은 것 같다”
- “이상 증식이다”
라는 오해를 받지만,
👉 기근 자체는 병이 아니며 제거 대상도 아닙니다.
오히려 무리하게 제거할 경우 수목의 호흡 기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나무의사 입장에서 기근의 진단은 토양의 산소부족이나 과습상태를 추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3. 수목의 생리 이해는 ‘올바른 진단’의 출발점
은행나무의 유주와 낙우송의 기근은 공통적으로 수목이 스스로 환경에 적응한 결과물입니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 불필요한 외과 수술
- 과도한 가지 제거
- 잘못된 병해 진단
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나무의사에게 중요한 핵심 관점
- “특이한 형태 = 병”이라는 단순 판단은 위험
- 수목의 종 특성, 생육 환경, 수령을 종합적으로 분석
- 생리 현상과 병리 현상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전문성
이러한 이유로, 유주와 기근에 대한 이해는 수목 진단의 기초이자 필수 지식입니다.
4. 자연이 주는 조용한 가르침
고목에만 나타나는 유주는 시간이 만든 흔적이며,
낙우송의 기근은 막힌 환경에서도 길을 찾는 생존 전략입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 남들과 다른 모습이라 해도 그것이 생존과 적응의 결과라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 환경이 어렵더라도 방식을 바꾸면 살아갈 길은 열린다는 것
자연을 이해하려는 태도는 곧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이며,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올바르게 관리될 때 수목은 다음 세대까지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맺음말
은행나무의 유주와 낙우송의 기근은
👉 병이 아닌 정상적인 생리 현상이며,
👉 나무의사가 수목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과학적 단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