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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가든 온실, 서양보다 170년 앞선 조선의 스마트팜 기술

ideas-2538 2026. 1. 9. 05:51

K-가든 온실, 서양보다 170년 앞선 조선의 스마트팜 기술

최근 K-컬처의 영향으로 한국의 전통 정원(K-Garden)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조상들은 이미 15세기에 겨울철에도 꽃을 피우고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온실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 포스팅에서는 서양보다 약 170년이나 앞서 설계된 조선시대 온실의 실체와 이를 관리했던 국가 기관 '장원서'의 기록을 살펴보겠습니다.


1. 조선시대 온실: 세계 최초의 가온(加溫) 시스템

조선 초기 세종 시대의 어의 전순의가 저술한  산가요록(山家要錄)에는 '동절양채(冬節養菜)'라는 항목으로 온실 축조법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는 1619년 독일의 온실 기록보다 훨씬 앞선 과학적 성과입니다.

  • 과학적 구조: 흙벽을 쌓고 기름종이를 발라 채광을 확보했으며, 바닥에는 구들(온돌)을 놓아 온도를 조절했습니다.
  • 습도 조절: 가마솥에 물을 끓여 수증기를 내부로 들여보내는 현대의 가습 시스템까지 갖춘 완벽한 온실이었습니다.
  • 시각적 증거: 『동궐도』에는 창덕궁 내 창사루(蒼笥樓)라는 건물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창(蒼)'은 푸를 창, '사(笥)'는 상자 사 자를 사용하는데, 이름 그대로 '푸름(식물)을 담는 상자(집)'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 식물 보관 및 재배용 온실로서의 성격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동궐도의 창사루(화분과 분재를 전면에 배치한 건물)


2. 온실의 용도와 관리부서: '장원서(掌苑署)'

조선 왕실의 정원과 화초, 과수를 전담하여 관리하던 중앙 관청이 바로 장원서(掌苑署)입니다.

  • 설립과 역할: 세조 12년(1466) 상림원을 개칭하여 설립되었으며, 궁궐 내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뿐만 아니라 왕실에 올리는 과일과 채소의 진상을 담당했습니다.
  • 동절기 특수 임무: 특히 겨울철에는 온실(흙집)을 이용해 계절에 맞지 않는 꽃(영산홍, 매화 등)을 피우거나 수박, 채소 등을 재배하여 왕실의 제사나 연회에 공급했습니다.

3.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장원서의 활약상

실록의 기록을 통해 당시 온실 운영과 장원서의 업무가 얼마나 치밀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① 계절을 거스른 꽃의 진상

성종 2년(1471) 기록을 보면 장원서에서 한겨울인 11월에 영산홍 화분을 올렸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성종은 "인위적인 힘으로 피운 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거절했지만, 역설적으로 당시 이미 겨울에 꽃을 피우는 기술이 완숙했음을 증명합니다.

② 겨울철 채소 재배와 수박 관리

연산군 11년(1505)에는 "장원서와 사포서로 하여금 겨울에도 흙집을 쌓고 채소를 기르게 하라"는 구체적인 명령이 내려집니다. 또한 한여름 과일인 수박을 겨울까지 저장하거나 온실 기술을 이용해 관리하여 다방(茶房)에 들였다는 기록도 존재합니다.

③ 철저한 품질 관리와 책임

성종 19년(1488)에는 장원서에서 올린 앵두가 민간에서 올린 것보다 품질이 떨어지자 해당 관원을 추국(조사)하라는 명을 내릴 정도로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장원서가 단순 관리직을 넘어 고도의 원예 기술을 요구받는 전문가 집단이었음을 시사합니다.


4. 맺음말: 시대를 앞서간 조선의 식물 공학

조선의 온실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었습니다. 온돌이라는 한국 고유의 난방 기술과 종이의 투과성을 이용한 최첨단 식물 공학의 결정체였습니다.

창사루(蒼笥樓)라는 이름처럼 한겨울에도 푸름을 간직하려 했던 선조들의 노력은 서양의 온실보다 기술적으로나 시기적으로 훨씬 앞서 있었습니다. 오늘날 스마트팜의 원조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 K-가든의 자부심은 바로 이 기록들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