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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와 같은 큰 키 나무 하부의 잔디 제거?

by 가든 큐레이터 2026. 1. 12.

- 큰 키 나무 하부의 잔디는 제거하는 것이 좋을까요?

우리는 흔히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푸른 잔디가 펼쳐진 풍경을 이상적인 정원의 모습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미적 기준일 뿐, 수목의 생리적 관점에서는 매우 가혹한 환경일 수 있습니다. 본 포스팅은 나무의사의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교목 하부의 잔디 식재가 왜 나무의 건강을 위협하는지 생태적, 물리적 근거를 통해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수목 관리를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1. 보이지 않는 지하 전쟁, 수분과 양분의 치열한 경합

나무와 잔디가 한 공간에 머물 때, 가장 먼저 발생하는 문제는 지하 자원을 둘러싼 '생존 경쟁'입니다. 느티나무와 같은 교목은 넓게 퍼지는 미세 뿌리를 통해 수분과 양분을 흡수하는데, 이때 지표면을 빽빽하게 덮고 있는 잔디는 강력한 경쟁자가 됩니다.

잔디는 지표면 5~15cm 내외에 매우 조밀한 뿌리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비가 내리거나 인위적인 관수가 이루어질 때, 잔디 뿌리는 나무의 미세 뿌리보다 먼저 그리고 더 빠르게 수분을 가로챕니다. 연구에 따르면 잔디는 나무보다 질소 흡수 효율이 월등히 높아, 하부에 잔디가 있는 나무는 그렇지 않은 나무에 비해 영양 불균형을 겪을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결국 나무는 '영양실조' 상태에 빠지며 성장이 둔화되고 잎의 크기가 작아지는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2. 생리적 스트레스의 원인, 빗물 차단과 산소 공급의 불균형

잔디는 단순한 지피식물을 넘어 교목에게는 물리적인 차단막 역할을 합니다. 이는 나무의 호흡과 수분 공급 체계에 심각한 왜곡을 가져옵니다.

 

첫째, 빗물 유입의 차단입니다. 잔디의 잎과 빽빽한 뿌리층(Thatch)은 가벼운 비가 올 때 수분이 토양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정작 수분이 필요한 나무의 심토층은 건조 상태가 유지되는 '가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둘째, 산소 공급의 차단입니다. 나무 뿌리가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토양 내 공극(빈틈)을 통한 가스 교환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잔디가 지표면을 완전히 장악하고 사람이 잔디 관리를 위해 그 위를 밟게 되면 토양이 답압(딱딱해짐)됩니다. 딱딱해진 토양은 공기의 흐름을 막아 뿌리 호흡을 저해하며, 이는 곧 뿌리 부패나 수세 약화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원인이 됩니다. 나무의사는 이를 '질식 상태'라고 진단하며, 잔디 제거를 권고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꼽습니다.

잔디는 나무를 힘들게 한다.


3. 타감작용과 생태적 불일치, 화학적 공격의 가능성

식물은 자신을 보호하고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 화학 물질을 내뿜는데, 이를 **타감작용(Allelopathy)**이라고 합니다. 느티나무와 잔디 사이에서도 이러한 보이지 않는 화학 전쟁이 일어납니다.

일부 잔디 수종은 주변 나무 뿌리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미생물 활동을 방해하는 특정 성분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나무의 낙엽이나 뿌리에서 나오는 성분이 잔디의 생육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생태적 지위를 가진 두 식물을 좁은 공간에 강제로 공존시키는 것은 서로에게 끊임없는 화학적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와 같습니다. 특히 잔디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제초제나 비료 성분은 나무에게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교목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이들의 생태적 거리를 확보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교목 하부 녹지


 

마무리: 나무의사가 권고하는 합리적인 관리법

결론적으로 나무의사의 관점에서 볼 때, 느티나무와 같은 대형 교목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하부의 잔디는 과감히 제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선택입니다. 잔디가 사라진 자리에는 수분과 산소 공급이 원활해지며, 나무는 비로소 온전하게 대지의 양분을 독점할 수 있게 됩니다.

 

잔디를 제거한 빈자리에는 인위적인 지피식물 대신 우드칩이나 바크 등을 활용한 **'멀칭(Mulching)'**을 권장합니다. 멀칭은 토양 수분을 유지하고 잡초 발생을 막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하여 나무에게 천연 유기질 비료를 제공하는 가장 자연 친화적인 관리 방식입니다.

 

식물 관리자는 겉으로 보이는 초록빛 잔디의 아름다움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 가쁘게 버티고 있는 나무의 뿌리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주기적인 통풍과 적절한 수관 아래 환경 조성은 나무가 스스로 환경에 적응하고 병해충을 이겨낼 수 있는 기초 체력을 만들어줍니다. 오늘부터라도 나무 밑동 주변의 잔디를 걷어내고 나무에게 숨 쉴 공간을 열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나무와 더 오래도록 건강하게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