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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인문학

열매 없는 주목(朱木)의 비밀

by ideas-2538 2026. 1. 3.

 

살아서 천 년 주목의 비밀 : 왜 어떤 나무는 열매를 맺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오늘은 '신선들이 지팡이로 썼다'는 전설의 나무, 주목(朱木)에 숨겨진 기묘한 성별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등산길이나 정원에서 마주친 주목 중 어떤 나무는 붉은 열매가 탐스럽게 열려 있지만, 어떤 나무는 평생 열매 구경도 못 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 속에 숨겨진 '자웅이주(雌雄異株)'의 세계와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보겠습니다.


1. 주목, 왜 '암수가 딴 몸'일까?

식물학적으로 주목은 암수이주(雌雄異株) 또는 자웅이주(雌雄異株) 식물입니다. 사람처럼 남자 나무(수나무)와 여자 나무(암나무)가 아예 따로 존재한다는 뜻이죠.

  • 수나무 : 봄이 되면 잎겨드랑이에 동글동글한 수꽃을 피워 바람에 꽃가루를 날립니다. 하지만 결코 열매를 맺지는 않습니다.
  • 암나무 : 수나무에서 날아온 꽃가루를 받아 수정되면, 가을에 보석처럼 붉고 예쁜 열매를 맺습니다.
  • 자웅이주에 속하는 나무로 은행나무, 버드나무, 비타민나무 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정원에서 보는 붉은 주목 열매는 오직 '암나무'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인 셈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마당에 있는 주목이 수년째 열매를 맺지 않는다면, 그 나무는 평생 수나무로 살 운명일 가능성이 큽니다.

 

열매가 맺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  수나무에 암나무를 접목하면 됩니다.

 

2. 역사 속의 기록: 암수나무가 따로 있는 식물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식물의 생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주목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성별이 나뉜 나무들이 많습니다.

  • 은행나무: 가장 대표적인 암수이주 식물입니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열매는 오직 암나무에서만 열립니다. 최근 도시에서는 냄새를 피하기 위해 가로수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죠.
  • 산초나무와 초피나무: 향신료로 쓰이는 이 나무들도 암수가 따로 있습니다. 열매를 수확하려면 반드시 암나무가 있어야 하며, 수정력을 높이기 위해 근처에 수나무를 함께 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 은행나무는 암수 거리가 2km 이상 떨어지면 안되며 산초나무와 초피나무는 식재시 암수 7:3 정도로 식재합니다.

주목 수나무와 암나무

3. '나무 시집보내기'와 암수나무의 조화

흥미로운 점은 옛 문헌인 **《산림경제》**나 **《산가요록》**에 등장하는 **가수법(嫁樹法, 나무 시집보내기)**입니다. 열매가 열리지 않는 나무의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넣는 이 풍습은, 사실 암수나무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멀거나 영양 상태가 불균형할 때 결실을 유도하려 했던 선조들의 간절한 처방이었습니다.

주목 역시 정원에 심을 때 암나무와 수나무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심어야만 풍성한 붉은 열매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수나무가 너무 멀리 있으면 암나무는 홀로 꽃만 피우다 지고 맙니다.

보석 같은 주목의 열매

4. 주목 열매의 치명적인 유혹, 그리고 반전

여기서 독자 여러분이 꼭 알아야 할 궁금증 하나! > "주목 열매는 달콤해 보이는데, 마음껏 먹어도 될까요?"

답은 "반반"입니다. 주목 열매의 붉은 과육은 달콤한 맛이 나고 독성이 없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씨앗에는 '택신(Taxine)'이라는 치명적인 독성이 있습니다. 심장에 영향을 주는 이 독성 때문에 옛날에는 화살촉에 바르는 독으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운 암나무의 결실 뒤에 숨겨진 무서운 반전이라 할 수 있죠.


마치며: 여러분의 나무는 암컷인가요, 수컷인가요?

주목은 그저 오래 사는 나무일 뿐만 아니라, 짝을 찾아 바람에 몸을 맡기는 로맨틱한 생태를 가진 생명체입니다.

지금 주변에 있는 주목을 한번 살펴보세요. 붉은 열매를 품고 있다면 그 나무는 인내의 시간을 견뎌낸 암나무일 것이고, 푸른 잎만 무성하다면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꽃가루를 날려 보낸 수나무일 것입니다. 이처럼 식물의 성별을 알고 나면 평범한 정원 산책도 한 편의 대하소설처럼 흥미진진해집니다.